휴일 낀 연말 휴가에 어디든 가보자 해서 정한 1박 2일 여행(2019.12.25-26)
남쪽으로 내려갈때 고속도로 표지판에서나 한두번 보던 지명이고, 국내 온천 중 하나라는 것 외에 딱히 정보는 없었다.
짧은 검색으로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도시, 망한(!) 도시라는 평과,
오히려 그래서 정감가는 도시라는 평이 공존했다.
(가장 기억나는 한줄은 90년대로 돌아간듯했다던가, 그때에 박제된듯했다던가... 뭐 그런류였다)
특히 우리가 묵은 조선호텔이라는 관광호텔은 더욱 양극단의 평이 극명한 곳이었다.
수안보는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에 가까운 작은 동네였는데,
고속도로를 지나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요란하게 반짝이는 도로변 가로등 조명이,
구식 호텔 모텔과 구멍가게 같은 슈퍼들이,
마지막으로 우리가 묵기로 한 조선호텔의 8-90년대스러운 외관이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2000년대는 아니었다)
그 모든 평가들을 단숨에 납득되게 했다.
현대적이거나 새로운 그래서 깔끔해보이는 요즘 호텔과는 거리가 아주 먼 호텔이었는데,
1박을 보내고 내린 총평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듯한 과거의 호텔이고,
모든 것이 과거에 멈춘 듯하여서 그 자체가 호텔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듯해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복장에서부터 'r'이 하나 빠진 예약 안내 데스크, 방안에 구비한 칫솔세트며 조식 식당 테이블에 놓여있던 조화 한송이까지 옛날(아주 옛날 말고 한 20년 전쯤...) 정취가 물씬한데,
그 와중에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과 깨끗 단정한 방이나... 그 안에서 완벽성을 기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오랜만에 경험한 뜨끈하다못해 뜨거운 온돌에서 어느 때보다도 푹 잘수 있었고,
온천수가 정말 좋아서 가족 모두가 감탄한건 또 다른 긍정 요인.
외부 변수이지만,
다음날 일어났을 때 올 겨울 처음 눈 다운 눈을 맘껏 보고,
아이와 눈싸움도 실컷 할 수 있어서,

우리 가족에게는
과거인지,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보낸 White Christmas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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